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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주리즈 리제르바(Errazuriz Reserva) 2022 Cabernet Sauvignon

skewtum 2024. 10. 8. 10:05

 

이번 포스팅에서는 칠레 와인 중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에라주리즈 와이너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시음노트

시각 진한 루비
후각 향의 강도 중간
향 특성 1차 향: 검은 자두, 블랙베리, 레드체리, 계피
2차 향: 삼나무, 초콜릿
3차 향: 젖은 흙, 숲바닥
발전도 숙성 중
미각 당도 드라이
산도 중간
탄닌 높은
알콜 중간 (13.5%)
바디 중간(+)
풍미 강도 중간
풍미 특성 검은 자두, 삼나무, 젖은 흙
여운 중간
결론 품질 수준 좋은
숙성 가능성 지금 마시기 좋으며 숙성 잠재력 없음

 

2. 와인 산지: 칠레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칠레의 지도를 살펴보자.

 

출처: Chile altitude map - Chile elevation map (South America - Americas) (maps-chile.com)

 

많이들 아시다시피 칠레는 태평양 해안선과 안데스 산맥을 따라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긴 국가이다. 동서 방향의 지형은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West  태평양 ~~~ ---^^ ------^^^^^  East

 

태평양과 접하는 해안가에 해안평야가 있고, 그 동쪽에는 해안산맥이, 그 동쪽에는 다시 평야가, 그 동쪽에는 깎아지르게 높은 안데스 산맥이 있는 구조이다.

칠레가 접한 태평양에서 흐르는 훔볼트 해류는 매우 차가운 한류이다. 훔볼트 해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안평야 지역은 바다의 해풍과 안개의 영향에 그대로 노출되는 반면, 해안산맥 동쪽에 위치한 평야는 산맥이 바다의 영향을 일정 수준 막아주므로 바다로부터 오는 냉각효과와 일교차의 영향을 훨씬 적게 받는다.

후자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가 칠레에서 와인이 대량생산되는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 지역이며, 오늘 리뷰하는 와인은 센트럴 밸리에 속한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서 생산되었다. 참고로 마이포 밸리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근처에 위치하여 칠레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한 칠레의 역사적인 와인 산지이나, 지금은 도시에서 유입되는 스모그, 비싼 땅값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출처: https://gregsherwoodmw.com/category/chile/

 

마이포 밸리는 일조량이 많으며, 완전히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으로  바다의 냉각효과가 차단되어 평야에서는 포도가 과숙성 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구릉지대에 포도가 식재된다. 주로 레드와인 품종이 생산되며, 본문에서 다루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보르도 품종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민트향이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하는데, 내 수련이 부족한 것인지 이번 와인에서 강한 민트 캐릭터를 느끼지는 못했다.

 

 3. 와이너리: 에라주리즈(Errazuriz)

Errázuriz (errazuriz.com)

 

에라주리즈는 1870년 설립된 와이너리로, 대부분의 와인 생산이 산티아고 근처에 집중되어 있을 당시 북쪽의 아콩카과 밸리(Aconcagua Valley)를 처음 개척하고, 시라 품종을 처음 칠레에 들여오는 등 칠레 와인 산업의 여러 중요한 이정표를 남긴 와이너리다.

 

다만, 이번 와인은 에라주리즈 와이너리의 본진인 아콩카과 밸리가 아닌 마이포 밸리에서 생산되었고, 에라주리즈 와이너리가 마이포 밸리에 보유한 프리미엄 와인 생산용 부지인 Viñedo Chadwick에서 만들어졌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에라주리즈 와이너리의 특징을 대표하는 와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에 마실 기회가 있다면 아콩카과에서 만들어지는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나 맥스와 같은 와인을 리뷰해보도록 하겠다.

 

4. 총평

비교적 저가(2만원대)에 카베르네 소비뇽의 특징이 잘 느껴지면서, 1차향(포도품종 고유의 향), 2차향(양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향), 3차향(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향)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가성비 좋은 와인이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혜자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게 마셨다. 와인 내에 여러 캐릭터가 뚜렷하게 담겨 있어 와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시음해 보기 좋은 와인이 될 것 같다.

 

다만, 높은 탄닌을 지닌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셔보면 바디감 측면에서 어딘가 비는 느낌이 드는데, 내 생각에는 산도가 높지는 않은 것이 이유일 것 같다. 이 정도 가격대의 와인에서 탄닌과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산도까지 바라는 건 당연히 욕심이겠지만.